안자묘(安子廟)안향 사당-경기도 의왕시 월암동 425번지
안향 사당 지키는 24대 종손 안재찬씨
1947년 단신월남, 안향 위패만은 품에 꼭 지녀 민세 안재홍 선생 등 도움으로 서울에 사당 차려 30여 년 전 의왕으로 이전… 지역 ‘명물’로 자리 굳혀
20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월암동 425번지 ‘안자묘(安子廟)’.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같은 색 유건(儒巾)을 쓴 노인은 사당 문을 열고 위패를 꺼내더니 향에 불을 붙이고 두 번 절한 후 “할아버지, 오늘은 기자가 와서 인사 드려요” 했다.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홀로 기와지붕에 고운 단청을 인 이 사당은 고려말 충렬왕 때 우리나라에 성리학을 처음 도입한 ‘안향(安珦)’의 위패를 모신 곳. 노인은 안향의 24대 종손 안재찬(85)씨다.
‘안향(安珦)’이라는 이름은 익숙하고도 낯설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고려말 충렬왕 때 성리학을 도입한 인물’이라고 나와 있지만 ‘고려시대’도, ‘성리학’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어렵고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잊혀지기 쉬운 어른이지요. 한 달에 서너 번, 학생들이 학교 숙제를 하겠다고 찾아오는데 와서는 다들 ‘어, 이런데 안향 사당이 있었네’ 하며 신기해 해요.” 꺼내어놓았던 위패를 다시 벽장 안에 모시고, 고래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예법에 따라 입김 대신 손짓으로 촛불을 끄면서 안재찬씨가 하는 말이다. “시대가 험난해 윤리·도덕이 다 땅에 떨어진 시대에 젊은 세대에게 문성공(文成公·안향의 시호) 어른의 유교정신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든을 훨씬 넘긴 나이, 가는 귀가 먹어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안씨는 황해도 연백군 화성면 송천리 출신. 광복을 두 해 넘긴 지난 1947년 안향의 신주만 품에 모신 채 단신 월남했다. 스물 여섯의 그에게 서울은 낯선 땅,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지만 조상의 위패만은 지켜야 하겠기에 서울에서 자리잡고 있는 순흥 안씨 종친들을 찾아 도움을 구했다. 먼 북쪽에서 찾아온 종손에게 집안은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줬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독립운동가이자 조선일보 발행인을 지낸 민세 안재홍(安在鴻) 선생이었어요. 저하고는 동항(同行)이지요. 당시 국회의원을 지내셨는데 그 분 집에서 유숙도 했어요.” 그는 “‘나는 나라를 지킬 테니 자네는 가문을 지키라’는 민세의 뜻에 따라 1950년대 말 서울 마포에 조그맣게 사당을 지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 1977년 의왕으로 사당을 옮겨왔다. 서울에 있던 사당은 규모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고향 황해도에 있었던 웅장한 규모의 안자묘(安子廟)를 잊지 못했던 그는 종친회의 도움으로 서울 가까운 이 곳에 1500평(4950㎡) 규모의 부지를 마련했다. “매년 음력 9월 열이틀에 문성공의 기제사를 지내요. 전국 순흥 안씨 가문에서 300~400여 명이 모여드는데 서울 사당으로는 너무 좁더라고요.”
이 곳에 자리잡은 지 어언 30년, ‘안자묘’는 어느새 의왕의 자랑거리가 됐다. 시(市)에서 문화재 등록을 요청해 온 지 오래지만 종친들 사이에서 ‘집안의 사당을 국가에 바쳐도 되냐’는 문제로 갑론을박이 일어 현재는 비지정 문화재로 시(市)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의왕의 명물로 안자묘가 자리잡아가는 동안 안씨도 점점 나이를 먹어갔다. 올해 기제사 땐 맏아들 규태(52)씨가 처음으로 안씨를 대신해 제주(祭主) 역할을 맡았고, 수십 년 간 종부(宗婦)인 부인 황우옥(75)씨가 끓여냈던 장국밥도 도시락으로 바뀌었다. “귀도 먹고 기력도 쇠해서 아들에게 제 자리를 물려줬지요. 앞으로 남은 세월 동안은 1,2,3파로 나뉘어져 있는 순흥 안씨 전체 대동보(大同譜)를 펴낼 계획입니다. 문성공의 사적을 담은 ‘안자대전’도 편찬하고요.”
출처 : 순흥안씨찬성공파
글쓴이 : justi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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